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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장의 事記> 3-1. 구조조정의 서막
미국발 금융위기 소식이 TV 뉴스를 온통 점유한 그날 오후, 바로 임원급 회의가 소집됐다. 회의를 주관하는 대표는 그룹으로 긴급 호출을 받아 시작 시각에 맞춰 오질 못했고, 다들 초조한 심정으로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의 침묵을 박 상무가 깨고 나선다. ​“야, 김 부장. 너는 기획을 맡고 있다면서 무슨 준비를 했냐? 금융 위기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은 해봤어?” ​물론, 황 과장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하며, 개략적인 시나리오를 짜고는 있었다. ​“그룹의 방침을 들어 보고 기획 초안은 보고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쯧쯧… 책상물림 아니랄까봐…” ​욱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박 상무의 비아냥에나 신경 쓸 순간이 아니었다. 김 부장은 어그러질 조직 진단 프로젝트 생각에 심한 두통을 느끼고 있었다. 모처럼 갖게 된 기회가 날아갈 거란 불길한 예상이 입술을 깨물게 했다. ​​ 회상 김 부장은 조직진단 프로젝트를 논의하던 대표와의 한 달 반 전 술자리를 떠올렸다. 실로 오랜만에 독대였다. 결론은 프로젝트를 김 부장에게 맡긴다는 것이었지만 뜬금없은 결정이 아니었다. ​“실은 말이야, 오늘 그룹에서 O 상무님을 뵙고 왔어.” ​O 상무는 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승계가 유력시되고 있는 인물이다. ​“내가 사실 O 상무 미국 유학할 때 많은 도움을 줬었지. 그래서 이 회사에 대표로 오게 된 거고. 여담이지만, 미국에 있을 때는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는 몰랐어. 그냥 친한 형 동생쯤으로 생각하고 교류하고 있었지. 개인적인 신뢰가 꽤 쌓이고 나서 서로를 알게 됐어. 김 부장도 O 상무가 소탈한 사람이란 걸 잘 알 거야.” ​김 부장은 익히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간소한 옷을 즐겨 입으며, 부하직원에게 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그가 차기 회장이 된다면 그룹 분위기가 일신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O 상무가 아마도 내년 말쯤에 후계자로 지명이 될 것 같아. 그룹에서는 비밀리에 후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마무리 단계라고 하는군. 특이한 건 이 친구가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아. MBA 할 때도 HR(인적자원관리) 과목을 많이 들었어. 아마도 아버지가 만든 그룹의 문화도 답답해하는 것 같아.” ​김 부장은 처음 듣는 얘기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정신을 가다듬는다. ‘후계자라면 실적에 관심을 두게 마련인데... 특이한 사람이구나. 문화에 관심이 있고, 실행에 나선다면 그룹이 바뀌는 일이다. 정신 차려야 해.’ ​“O 상무는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에 계열사 세 곳에서 조직문화 혁신을 단행할 생각을 하고 있어. 그중 하나가 우리 회사인 거지. 일부러 작고 업력이 길지 않은 계열사를 골랐어. 그래야 구태에 젖어 있지 않고, 혁신하기가 용이하겠지. 김 부장이 우리 회사 프로젝트를 맡아 줬으면 하는데, 문제없겠지?” ​김 부장은 여러 난관이 예상되지만, 그룹과 대표의 후원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런데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그래 뭐든 말해봐.” ​“조직진단 프로젝트의 결과는 결국 특정 부서로 향하게 될 겁니다. 종국에는 사람을 향하게 될 것이고요.” “음… 무슨 말인지 알겠네. 박 상무 말하는 거지? 그 부분은 내가 생각한 바가 있네. 프로젝트를 완전히 혁신적인 관점에서 수행만 해주게. 그렇게 되면 박 상무는 내가 처리할 걸세. 그리고 그 자리에 김 부장을 앉힐 생각이야.” ​‘아… 너무 쉽게 말씀하시는데… 그룹에서 특별한 지시를 받은 탓인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모처럼 중대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설레기까지 했다. ​​ 예상치 못한 결정 급히 대표가 회의실로 들어와서 회의가 시작됐다. 다급하면서도 풀이 죽어 있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금융 위기 여파로 그룹 계열사 중 외식, 호텔, 건설사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통을 담당하는 우리도 위축되겠지요. 다만, 피해 정도가 1997년 IMF 외환 위기 상황만큼 일지는 그룹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있습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안)을 짜되, 시나리오를 여러 개 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시 그룹에서 지침이 전달됐는지요? 시나리오를 짜려면 기준이 있어야 할 텐데요.”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대리하는 재무팀 윤 팀장이 질문했다. ​“현재 인력과 비용구조를 30%, 20%, 10% 줄이는 세 가지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매출 쪽 전망 역시…” 회의실은 일순간 술렁거렸다. 대부분 IMF 외환위기 시 구조조정을 경험했던 이들이었다. 누구는 잘려 본 기억을, 누구는 잘라 본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잠시 뒤 좌중이 잠잠해지자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올해와 내년 실적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습니다. 이 사안만큼 시급한 것이 없으니 조직진단 프로젝트를 비롯한 여러 TF(태스크포스) 활동은 다음 주부터 중단하도록 합니다. TF는 금주 중까지 그동안 추진한 사항을 마무리하는 선에서 정리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구조조정(안)을 기획하는 TF는…” ​대표의 말꼬리가 줄어든다. 침울한 시선은 김 부장을 잠시 스쳐 간다. ​“TF 책임은 ‘박 상무’가 맡아 줬으면 합니다.” ​'아니, 이럴 수가… 어떻게 비상대책위원장에 그 인간을...’ 김 부장은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자신을 느끼고 있었다. (3-2. 예고) 전사적으로 위기 대응으로 전환됨에 따라 김 부장의 위치도 변경된다. 믿었던 부하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게 되고... 운명의 회오리는 어디를 향하게 될 것인가.... 김진영 23년 직장 생활, 13년 팀장 경험을 담아 <팀장으로 산다는 건>을 2021년 4월에 출간했다(6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이노텍, 상공회의소, 표준협회 등에서 리더십 강의를 했다. 한라 그룹 리더를 위한 집단 코칭을 수행했으며, '리더십 스쿨' 코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팀장으로 산다는 건 2> 출간을 앞두고 있다. http://leadersclu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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